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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JTBC에서 방영되어 안방극장에 유쾌한 웃음과 눈물겨운 감동을 동시에 안겨준 18부작 드라마 《18 어게인》은 영화 《17 어게인》을 원작으로 하여 한국적 정서와 진한 가족애를 완벽하게 녹여낸 하병훈 감독의 대표작입니다. 이혼 직전에 18세 리즈 시절의 몸으로 돌아가게 된 37세 가장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잊고 지냈던 가족의 의미와 청춘의 소중함을 되새겨주며 시청자들에게 가슴 깊은 울림과 힐링을 선사했습니다.

 

줄거리 및 서사 구조


《18 어게인》의 서사는 고교 시절 유망한 농구 선수였던 홍대영과 그의 첫사랑 정다정이 18세라는 어린 나이에 예기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되면서 삶의 궤도가 완전히 뒤바뀌는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대영은 자신의 창창한 미래이자 꿈이었던 농구 선수의 길을 포기한 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현실의 모진 풍파를 견디는 가장이 됩니다. 그러나 18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 37세가 된 홍대영의 삶은 직장에서의 억울한 해고와 아내 정다정으로부터의 이혼 통보, 그리고 아버지의 마음을 몰라주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쌍둥이 자녀들과의 갈등으로 완전히 밑바닥을 치게 됩니다.

모든 것을 잃고 깊은 절망과 후회에 빠져 있던 그 순간, 자신의 빛나던 학창 시절이 담긴 고등학교 농구코트에서 던진 마지막 슛과 함께 신비로운 기적이 일어납니다. 몸은 청춘의 미모를 자랑하는 18세 고등학생의 모습으로 돌아갔지만, 알맹이는 여전히 세상 때가 묻은 37세 아저씨인 상태로 돌아간 것입니다. 대영은 절친한 친구 고덕진의 도움을 받아 '고우영'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자신의 자녀들이 다니는 병구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이 드라마의 플롯은 단순한 타임슬립이나 신체 변화판타지에 그치지 않고, '가까이서 볼 때는 몰랐던 것들을 한 걸음 떨어져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깨닫게 되는 역지사지의 서사'를 취하고 있습니다. 고우영이 된 대영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쌍둥이 남매인 홍시아와 홍시우에게 접근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아빠로서는 전혀 알지 못했던 아이들의 진짜 고민과 아픔, 그리고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던 아들의 현실과 생계를 위해 꿈을 접고 알바를 뛰는 딸의 눈물을 목도합니다.

동시에 아나운서라는 지각한 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며 홀로서기를 시작한 아내 정다정의 곁을 지키며, 자신이 남편으로서 얼마나 그녀의 짐을 덜어주지 못했는지 깨닫고 다시 한번 깊은 사랑을 느낍니다. 매 회차마다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감각적인 연출 속에서, 인물들이 가진 상처와 오해가 하나씩 풀어져 가는 촘촘한 감정선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뛰어난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주요인물설명 및 관계


이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인생 드라마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캐릭터 하나하나에 숨을 불어넣은 입체적인 설정과 주·조연 배우들의 신들린 열연, 그리고 얽히고설킨 끈끈한 관계성에 있습니다.

 

정다정 (김하늘 분) : 두 아이의 엄마이자 늦깎이 신입 아나운서.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어 꿈을 포기해야 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당당하게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강인하고 따뜻한 인물입니다. 김하늘은 특유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당찬 커리어 우먼으로서의 매력을 완벽하게 조화시켜, 자식을 향한 뜨거운 모성애와 잊고 있던 자아를 찾아가는 여성의 모습을 진정성 있게 그려냈습니다.

 

홍대영 / 고우영 (윤상현 & 이도현 분) : 흔한 37세 아저씨에서 하루아침에 18세 훈남 고등학생이 된 주인공. 이 드라마의 가장 독보적인 성취는 바로 윤상현과 이도현이라는 두 배우가 선보인 '2인 1역'의 경이로운 싱크로율입니다. 윤상현이 삶의 무게에 찌든 가장의 씁쓸함과 묵직한 부성애의 기틀을 잡았다면, 이도현은 18세의 외모 뒤에 숨겨진 37세 아저씨의 꼰대스러운 말투, 걸음걸이, 능청스러운 감정선은 물론 자식을 바라볼 때의 아련한 눈빛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습니다.

 

예지훈 (위하준 분) : 세움 울브스의 간판 스타 투수이자 다정을 짝사랑하는 인물. 세련된 매력과 다정한 성품을 지녔지만, 내면에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캐릭터입니다. 다정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이자 우영(대영)과의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극 전체에 유쾌하고도 간지러운 긴장감을 불어넣어 줍니다.

 

고덕진 (김강현 분) & 추애린 (이미도 분) : 대영의 둘도 없는 절친이자 게임회사 대표인 덕진과 다정의 타협 없는 베스트프렌드 애린. 김강현은 우영의 가짜 아빠 역할을 맡으며 엉뚱하고 코믹한 덕후 캐릭터로 극의 웃음을 전담하고, 이미도는 사이다 같은 입담으로 다정의 버팀목이 되어주며 대체 불가능한 신스틸러로서의 존재감을 증명합니다.

 

홍시아 (노정의 분) & 홍시우 (려운 분) : 대영과 다정의 쌍둥이 남매. 까칠하지만 속 깊은 딸 시아와 마음의 문을 닫고 외롭게 버텨온 아들 시우는, 동급생으로 다가온 아빠 우영과의 관계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고 진정한 가족의 사랑을 깨닫게 됩니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친구'나 '가족'이라는 틀을 넘어서 있습니다. 타인의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게 되었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진심과, 서로를 지키기 위해 기울였던 은밀한 노력들이 밝혀질 때마다 인물 간의 관계는 깊은 정서적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냅니다.

 

총평


《18 어게인》은 타임슬립과 판타지라는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소재를 가장 따뜻하고 현실적인 가족극으로 완성해 낸 웰메이드 드라마입니다. 하병훈 감독 특유의 감각적이고 위트 넘치는 연출력, 매 회차 명장면을 만들어낸 적재적소의 OST,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섬세한 편집 기법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극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고 묵직합니다. "인생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며, 지나간 선택에 대한 후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철부지 같던 아빠가 자식들의 친구가 되어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남편으로서 아내의 노력을 뒤늦게 이해하며 눈물 흘리는 과정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깊은 여운을 선사합니다.

물론 원작 영화가 존재하기 때문에 초반부의 일부 설정이나 전개가 다소 예측 가능하다는 점이나, 학원물과 로맨스, 휴먼 가족극의 장르가 섞이는 과정에서 일부 서사가 다소 늘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비판적 시선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 어게인》이 남긴 문화적 성취와 감동의 크기는 독보적입니다. 각박하고 고단한 현실 속에서 가족의 의미를 잊고 살아가던 현대인들에게 가슴 뭉클한 위로와 대리만족을 선사했기 때문입니다.

 

지나온 자신의 청춘을 추억하고 싶거나, 곁에 있는 가족과의 소중한 신뢰를 다시금 확인하고 싶은 분들에게 《18 어게인》은 몇 번을 재시청해도 가슴 가득 따스한 온기를 안겨줄 최고의 인생 드라마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