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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SBS에서 방영된 16부작 드라마 《그 해 우리는》(연출 김윤진·이단, 극본 이나은)은 네이버 웹툰을 통한 프리퀄 연재와 드라마의 본편 방영이 함께 진행된 독특한 기획의 웰메이드 청춘 다큐멘터리 로맨스입니다.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로 끝났어야 할 인연이 10년 뒤 카메라 앞에 다시 서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이 작품은, 단조로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의 틀을 깨고 풋풋했던 19세의 첫사랑과 팍팍한 29세의 현실을 감각적으로 교차시켜 시청자들의 가슴에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학창 시절 최웅과 국연수의 초여름 풋풋함부터, 어른이 된 후 겪는 상처와 결핍, 그리고 이를 보듬어가는 치유의 과정을 섬세하고 감성적인 연출로 담아내어 수많은 팬덤을 양산했습니다. 시청률 이상의 화제성과 온라인 OTT 열풍을 일으킨 《그 해 우리는》의 전체 서사와 주요 인물 관계성, 그리고 비평적 가치를 세밀하게 분석해 봅니다.

 

드라마 기본 정보


방송사 / OTT: SBS / 넷플릭스(Netflix), 웨이브(Wavve)

방영 기간: 2021년 12월 6일 ~ 2022년 1월 25일

회차: 16부작

연출: 김윤진, 이단

극본: 이나은

 

《그 해 우리는》은 연출과 극본, 음악, 미장센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청춘 로맨틱 코미디의 수작입니다. 네이버 웹툰을 통한 학창 시절 프리퀄 연재와 SBS 드라마 본편 방영이라는 양방향 미디어 스핀오프 기획을 시도하여 방영 전부터 커다란 주목을 받았습니다. 단선적인 로맨스 구조에 머물지 않고 '다큐멘터리'라는 매개체를 주요 장치로 활용하여, 카메라의 객관적 시선과 인물들의 내밀한 속마음을 감각적으로 대비시킵니다.

특히 청량한 녹음이 우거진 초여름의 계절감과 쌉싸름한 가을, 따스한 겨울의 온도를 화면에 그대로 녹여낸 유려한 영상미가 돋보입니다. 영화 제목에서 모티브를 얻은 회차별 부제 기획과 10cm, 방탄소년단(BTS) V, 하성운 등이 참여한 감성적인 OST 트랙들은 캐릭터들의 감정선에 감성을 더하며 시청자들을 청춘의 한복판으로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핵심 줄거리 및 기획의도


《그 해 우리는》의 서사는 10년 전, 전교 1등 국연수(김다미 분)와 전교 꼴등 최웅(최우식 분)이 '전교 1등과 전교 꼴등의 한 달간 학교 생활'이라는 콘셉트의 청춘 다큐멘터리에 함께 출연하면서 시작됩니다. 전혀 다른 성향으로 내내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에게 빠져들어 5년간의 뜨거운 연애를 이어가지만, 연수의 예기치 못한 모진 이별 통보로 깊은 상처만 남긴 채 갈라서게 됩니다.

10년의 세월이 흘러 29세가 된 현재, 최웅은 베일에 싸인 인기 건물 일러스트레이터 '고오' 작가로 성공하고, 국연수는 생계와 성공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온 홍보 전문가(팀장)가 되어 있습니다. 연수는 중요한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고오 작가인 최웅을 섭외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며 두 사람은 최악의 모습으로 재회합니다. 때마침 10년 전 학창 시절 다큐멘터리가 유튜브에서 역주행하여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자, 두 사람의 친구이자 다큐멘터리 PD인 김지웅(김성철 분)의 제안으로 '10년 후의 후속 다큐멘터리'를 다시 촬영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라는 3인칭의 객관적 프레임과 '인물들의 내레이션'이라는 1인칭 고백을 교차시키는 정교한 레이어드 플롯을 채택합니다. 카메라 앞에서는 무심한 척 감정을 숨기려 애쓰지만, 카메라 뒤와 일기장 속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진심과 과거 이별의 숨겨진 원인이 차곡차곡 풀어집니다. 가난이라는 현실적 벽 때문에 최웅에게 짐이 되기 싫어 먼저 손을 놓아야 했던 연수의 슬픈 자격지심과, 어린 시절 버려졌다는 트라우마 때문에 관계에 소극적이었으나 연수를 향한 사랑으로 이를 극복해가는 최웅의 성장은 뜨거운 위로를 전합니다.

 

등장인물 및 인물 관계도 분석


이 작품은 완벽해 보이는 인물들 속에 숨겨진 '결핍'과 '외로움'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해내며 깊은 관계성의 서사를 구축합니다.

 

최웅 (최우식 분):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고 평화로운 삶을 꿈꾸지만, 그림 앞에서는 누구보다 치열한 건물 일러스트레이터. 어린 시절 친부로부터 버려졌다는 깊은 상처(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연수와의 재회 이후 자신의 감정을 피하지 않고 직면하며, 마침내 타인의 건물이 아닌 자신의 삶을 그리는 진짜 아티스트이자 어른으로 성장합니다.

 

국연수 (김다미 분): 조모와 함께 살며 오직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공만을 향해 달려온 인물. 남들에게 약점을 보이지 않기 위해 차가운 갑옷을 입고 살았지만, 웅이 앞에서만큼은 아이처럼 울고 웃을 수 있었습니다. 이별의 이유가 자신의 자격지심이었음을 깨닫고, 웅이의 곁에서 다시 사랑을 배우며 자신을 포용하게 됩니다.

 

김지웅 (김성철 분): 웅이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이번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는 PD. 방임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결핍을 가졌으며, 학창 시절부터 연수를 마음 깊이 짝사랑해 왔으나 친구 웅이를 위해 자신의 마음을 완벽히 숨기는 관찰자 역할을 자처합니다. 카메라 렌즈 뒤에 숨어 아파하는 그의 절절한 짝사랑 서사는 드라마에 깊은 애절함을 더합니다.

 

엔제이 (노정의 분): 최정상 아이돌이자 웅이의 그림을 사랑하며 그에게 직진하는 인물. 화려한 연예계 생활 속에서 지독한 외로움과 악플에 시달리지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건강한 자아를 지닌 캐릭터로 웅이와 연수 사이에서 서사의 긴장감과 상쾌한 자극을 부여합니다.

 

작품 관전 포인트 및 개인적인 총평


《그 해 우리는》은 자극적인 피폐물이나 과도한 갈등 요소 없이도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선과 미학적인 연출만으로 시청자를 몰입시킬 수 있음을 증명한 웰메이드 감성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청량한 초여름의 계절감과 가을의 쌉싸름함, 겨울의 포근함을 담아낸 유려한 영상미와 영화 제목에서 따온 위트 있는 회차별 부제, 그리고 감성적인 OST는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했습니다.

 

특히 영화 《마녀》 이후 다시 만난 최우식과 김다미의 독보적인 케미스트리는 현실 커플을 방불케 하는 자연스러운 연기 합을 보여주며 극을 완벽하게 이끌었습니다. 단순한 연애 이야기를 넘어 '누구나 가슴 한 구석에 품고 있는 미성숙했던 그 해의 우리'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자아 찾기와 치유의 메시지는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다소 아쉬운 점을 꼽자면, 중반부 다큐멘터리 촬영 과정에서 인물 간의 감정 교류가 다소 반복적으로 맴돌거나 느린 호흡으로 전개된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서브 주인공인 김지웅의 모자 관계나 결핍 서사가 후반부에 다소 급작스럽게 해소되는 듯한 아쉬움도 일부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남긴 문화적 여운과 잔상은 매우 짙습니다. "우리가 헤어진 건 다른 이유가 아니야. 그냥 우리가 거머쥐었던 현실이 너무 무거워서."라는 고백처럼, 청춘이기에 겪어야 했던 방황과 아픔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휴머니즘은 지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위로를 안겨주었습니다.

 

초여름의 녹음처럼 청량하고, 지나간 첫사랑의 향수처럼 아련하게 남을 최고의 인생 청춘 드라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