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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TV CHOSUN에서 방영된 16부작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1은 '보고 또 보고', '인어 아가씨', '하늘이시여' 등으로 한국 안방극장의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임성한 작가(Phoebe)의 화려한 복귀작이자, 부부 간의 사랑과 신뢰가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를 가장 파격적이고 몰입감 있게 그려낸 화제작입니다. 30대, 40대, 50대를 대표하는 세 명의 여성 주인공과 그 남편들의 외견상 완벽해 보이는 결혼 생활 뒤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불륜, 그리고 예상치 못한 파국을 다루며 시청자들에게 압도적인 몰입감과 씁쓸한 화두를 던졌습니다.

줄거리 및 서사 구조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1의 이야기는 라디오 방송국에서 함께 일하며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는 세 명의 성공한 커리어 우먼, 부혜령(30대·라디오 DJ), 사피영(40대·라디오 PD), 이시은(50대·라디오 메인 작가)의 일상에서 시작됩니다. 이들은 각자 변호사, 병원장, 대학 교수라는 번듯하고 직업적 성취를 이룬 남편들과 함께하며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유복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가식적인 평화는 오래지 않아 균열을 일으키며 숨겨진 불륜의 모노드라마가 하나씩 베일을 벗기 시작합니다.이 드라마 플롯의 가장 압도적인 특징은 시간을 이등분하여 갈등의 전말을 파헤치는 독특한 2부 구성식 역순 서사 구조입니다. 전반부(1회~8회)는 남편들의 의문스러운 행동과 비밀 전화, 그리고 갑작스러운 이혼 통보로 인해 고통받는 아내들의 시점과 충격적인 현재 상황을 속도감 있게 담아냅니다. 아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가정을 지키려 애쓰지만, 남편들이 품은 외도의 흔적과 차가운 태도 앞에 무너지며 절망에 빠집니다.

반면 후반부 (9회~16회)는 시간을 10개월 전으로 되돌려, 도대체 이 부부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 남편들이 어떻게 내연녀들과 만남을 갖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가를 세밀하고 치밀하게 복기하는 전개를 취합니다. 30대 남편 판사현은 헬스장에서 만난 송원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40대 남편 신유신은 비행기에서 인연이 닿은 아미와 위험한 관계를 맺으며, 50대 남편 박해륜은 뮤지컬 배우 성희에게 매료되어 가정을 저버립니다.이러한 전개 방식은 시청자들에게 이미 일어난 파국의 결말을 알면서도 그 과정의 적나라함을 목도하게 만듦으로써 극강의 서스펜스와 감정적 격랑을 선사합니다. 부부라는 이름 아래 묶인 인간관계의 이중성과 기만, 그리고 외로움이라는 미명 하에 정당화되는 불륜의 내면 심리가 촘촘하게 펼쳐지며, 자극적인 장르적 재미를 뛰어넘어 관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주요인물설명 및 관계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1의 거대한 몰입감은 30대, 40대, 50대라는 각 세대별 부부들이 보여주는 입체적 캐릭터 형성과 그들의 복잡다단한 감정적 대립에서 비롯됩니다.

사피영 (박주미 분) & 신유신 (이태곤 분) : 40대 부부를 대표합니다. 사피영은 완벽한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라디오 PD로서 가정을完璧하게 경영하는 세련된 완벽주의자입니다. 신유신은 아내를 지극히 사랑하는 매너 좋은 신경정신과 병원장이지만, 이면에 강한 결핍과 위선을 숨긴 채 까마득하게 어린 아미(송지인 분)와 비밀스러운 밀회를 즐깁니다. 가장 완벽해 보였던 이들의 관계는 유신의 거짓말과 이중성에 의해 가장 치명적인 비극을 예고합니다.

 

부혜령 (가두리/성훈 분) & 판사현 (성훈 분) : 30대 부부를 대변합니다. 당차고 자기주장이 강한 아나운서 출신 DJ 부혜령과 딩크족으로 살아가는 로펌 변호사 판사현. 자기중심적인 혜령의 태도에 지쳐가던 사현은 온화하고 따뜻한 품성을 지닌 40대 연상녀 송원(이민영 분)을 만나 마음을 빼앗기고, 결국 임신까지 하게 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됩니다.

 

이시은 (전수경 분) & 박해륜 (전노민 분) : 50대 부부의 가슴 아픈 현실을 보여줍니다. 30년 동안 오직 남편과 자식만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라디오 작가 이시은과 그녀의 내조 덕분에 대학 교수가 된 박해륜. 그러나 해륜은 오랜 결혼 생활의 지루함과 자기합리화 속에 연극학과 강사 성희(이카엘 분)와 바람이 나 시은에게 냉정하게 이혼을 요구합니다. 전수경의 눈물겨운 헌신과 전노민의 공분을 자아내는 궤변 연기는 안방극장에 거대한 정서적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김동미 (김보연 분) & 신기림 (노주현 분) : 극의 묘한 긴장감을 지탱하는 인물들입니다. 신유신의 의붓어머니인 김동미는 시아버지 신기림 원장을 정성껏 모시는 듯하지만, 의붓아들 유신을 향한 기묘한 집착과 욕망을 내비치며 섬뜩하고 미스터리한 존재감을 발산합니다.이 세 부부의 관계망은 단순한 사랑과 배신의 이분법을 넘어, 세대별 여성들이 직면한 삶의 무게와 남성들의 이기적인 욕망이 부딪히는 지점을 실감 나게 조명해 냅니다.

 

총평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1은 한국 통속극의 거장 임성한 작가가 특유의 날카로운 인간 관찰력과 파격적인 연출 구성을 결합하여 만든 웰메이드 부부 잔혹사입니다. 사랑과 신뢰로 구축된 가정이 이기심과 순간의 유혹 앞에서 얼마나 무력하게 무너질 수 있는가를 지독하리만치 세밀하게 직조해 냈습니다.특히 이 드라마가 거둔 미학적 성취는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단순히 상간자에 대한 응징에만 치중하지 않고, 인물들의 긴 호흡 대사와 내면 고뇌를 통해 인간 심리의 복잡성을 포착해 낸 점에 있습니다. 현실적인 라디오 방송국을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감성적인 음악과 시적인 대사들은 극의 씁쓸하고 묘한 페이소스를 극대화했습니다.물론 작품을 향한 아쉬운 평가도 존재합니다. 일부 남편 캐릭터들이 내뱉는 이기적인 궤변과 자기합리화 대사가 시청자들의 강한 피로감을 유발하기도 했으며, 후반부 과거 회상 분량이 지나치게 길어져 전반부의 팽팽했던 속도감이 다소 늘어졌다는 비판도 유효합니다. 또한 현실적인 극 흐름 속에 임성한 작가 특유의 신비주의적 요소나 유령 등 독특한 클리셰가 스며들어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남긴 잔상은 강렬합니다. 영원한 사랑의 약속이란 존재하는가, 진정한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에 대한 묵직한 물음을 남기며 시즌2에 대한 폭발적인 기대감을 안긴 채 막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인간 본성의 이면과 부부 관계의 진실을 깊이 있게 파헤쳐보고 싶은 이들에게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1은 깊은 몰입감과 정주행의 즐거움을 안겨줄 최고의 드라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