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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끝자락, 붉은 태양이 삼켜버린 야망과 구원의 뜨거운 기록."

 

2009년 SBS에서 총 25부작으로 방영된 대기획 드라마 《태양을 삼켜라》는 제주도라는 이국적이면서도 거친 풍광을 배경으로, 밑바닥 인생을 살던 청춘들이 거대한 자본과 권력, 그리고 잔혹한 운명에 맞서 싸우는 선 굵은 야망극이자 블록버스터 멜로드라마입니다. 대한민국 TV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올인》의 유철용 감독과 최완규 작가 콤비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하고, 지성, 성유리, 이완, 전광렬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결합하여 제작 단계부터 대중의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던 대작입니다.

 

줄거리 및 서사 구조


《태양을 삼켜라》는 제주도 서귀포에서 사출(비정상적인 출생)이라는 거친 사연을 품고 태어난 사내, 김정우(지성 분)의 기구한 운명으로 이야기의 포문을 엽니다.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보육원에서 자라며 사설 사냥터의 사냥개나 다름없는 밑바닥 삶을 살던 정우는, 지역의 절대적 권력자인 회장 장민호(전광렬 분)의 목숨을 구해주면서 그의 수하로 들어가 대기업과 권력의 어두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이 드라마의 플롯은 스케일의 거대함과 스피디한 범죄·복수극의 쾌감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정우는 자신과 어릴 적부터 인연을 맺었던 수현(성유리 분)에 대한 애틋한 연정과, 장 회장의 친아들이자 절친한 친구인 태혁(이완 분) 사이에서 지독한 삼각관계와 갈등에 휘말립니다. 정우는 태혁과 수현 사이에서 갈등하면서도 자신의 신분을 상승시키기 위해 위험천만한 일들에 몸을 던집니다.

이후 정우는 장 회장의 잔혹한 배신으로 인해 죽음의 위기에 내몰린 뒤, 아프리카 용병대,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세계를 넘나드는 장대한 여정을 거치며 거대한 힘과 자본을 키워 돌아옵니다.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출생의 비밀—자신이 목숨을 바쳐 섬겼던 주인이자 원수인 장민호 회장이 바로 자신의 친아버지라는 잔혹한 비극—을 맞닥뜨리게 되면서, 정우의 서사는 순수한 복수극을 넘어 인간의 헛된 욕망과 피의 굴레를 끊어내려는 웅장한 대서사시로 확장됩니다.

 

주요인물설명 및 관계


이 작품이 보여주는 거대한 서사의 중심에는 입체적인 캐릭터들과 이들이 얽히고설킨 비극적인 관계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김정우 (지성 분) : 사출로 태어나 밑바닥에서 야생마처럼 자란 인물. 타고난 배짱과 뜨거운 가슴을 지녔으며, 잔혹한 운명의 풍랑 속에서도 결코 굴하지 않습니다. 배우 지성은 거친 액션 연기는 물론, 아버지를 향한 분노와 연민, 연인을 향한 애절함을 절절하게 오가는 명품 연기로 극 전체를 거세게 끌고 나갑니다.

 

이수현 (성유리 분) : 공연 기획자이자 정우와 태혁 두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인물. 불운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태양의 서커스 같은 대형 쇼를 기획하는 당차고 주체적인 여성입니다. 성유리는 지적이고 당당한 매력과 깊은 감정선으로 서사의 정서적 중심축을 잡아주었습니다.

 

장태혁 (이완 분) : 장민호 회장의 아들이자 정우의 유일한 친구이자 라이벌.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며, 수현을 향한 집착과 정우에 대한 열등감·질투심으로 점차 어둠에 물들어가는 입체적인 인물입니다. 이완은 갈등하고 방황하는 청춘의 위태로운 아우라를 훌륭하게 완수했습니다.

 

장민호 (전광렬 분) : 탐욕과 야망으로 뭉친 서귀포의 절대 권력자. 과거의 악행을 발판 삼아 거대 기업을 일구었으나, 자식들마저 자신의 야망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냉혈한입니다. 전광렬은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묵직한 존재감으로 극 전체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더했습니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삼각관계나 대립을 넘어섭니다. 원수를 아버지로 두어야 했던 정우의 비극, 그 아버지를 두고 벌이는 친형제(정우와 태혁) 간의 운명적인 맞대결과 애증, 그리고 그 한가운데 서 있는 수현의 비극적인 서사가 한데 얽혀 붉은 태양이 지는 서귀포 바다처럼 강렬하고 서글픈 여운을 남깁니다.

 

총평


《태양을 삼켜라》는 이국적인 아프리카 로케이션과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카지노 풍경, 그리고 제주도의 광활한 자연을 담아낸 유철용 감독의 영화 같은 연출미, 최완규 작가 특유의 선 굵은 선과 악의 대립, 대형 스케일의 볼거리가 결합된 웰메이드 블록버스터 드라마입니다. 남성미 넘치는 강렬한 액션과 묵직한 휴머니즘, 그리고 가슴 아픈 멜로가 조화를 이루어 방영 내내 높은 화제성을 유지했습니다.

작품의 명과 암을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강점 (Positive)

압도적인 스케일과 로케이션 : 아프리카 용병 신과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등 당시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압도적인 볼거리를 선사합니다.

배우들의 열연과 몰입감 : 지성, 전광렬을 비롯한 주·조연진의 선 굵은 연기 대결이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아쉬운 점 (Negative)

후반부 서사의 개연성 : 대형 해외 로케이션과 복잡한 출생의 비밀, 카지노 권력 암투라는 거대한 설정들로 인해 후반부 전개가 다소 과해지거나 느려진다는 지적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태양을 삼켜라》가 보여준 시각적 성취와 캐릭터들의 비극적 서사는 독보적입니다. 세속적인 성공과 거대한 욕망을 향해 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진정으로 삶에서 삼켜야 할 태양(가치)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선 굵은 명작 드라마의 진수를 느끼고 싶다면 정주행할 가치가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