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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전편 리뷰|통일을 앞둔 한반도에서 벌어진 가장 위험한 강도극 화려한 SNS 뒤에 숨겨진 욕망의 민낯 : 출연진 등장인물 관계도 및 관전 포인트 완벽 정리
yeol9999JANG 2026. 10. 21. 16:01
돈을 훔치기 위해 조폐국에 들어간 강도들. 그런데 이들이 훔치려는 것은 이미 만들어진 돈이 아니었습니다.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전편으로 보고 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의외로 '강도'라는 단어가 아닙니다.
오히려 분단과 통일, 남과 북,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경계입니다.
스페인 원작 《종이의 집》을 한국적인 상황으로 옮긴 이 작품은 통일을 앞둔 가상의 한반도 공동경제구역을 배경으로 조폐국을 점거한 강도단과 이를 진압하려는 경찰의 대결을 그립니다. 2022년 공개됐으며 파트 1과 파트 2를 합쳐 총 12부작으로 완결됐습니다. 넷플릭스 공식 소개에서도 통일 한국의 조폐국을 강도단이 장악하고 경찰이 이들을 제압하는 이야기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전편을 보고 나면 단순한 하이스트 장르로만 기억하기에는 묘하게 씁쓸한 부분이 남습니다.
강도들은 범죄자이고 경찰은 이들을 잡아야 합니다.
그런데 강도들이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 알게 될수록, 시청자는 조금씩 불편한 질문을 하게 됩니다.
정말 나쁜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더 어려운 질문이 따라옵니다.
우리가 믿고 있던 '정상적인 사회'라는 것은 정말 모두에게 공평한 것일까.
저는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가장 큰 매력이 바로 이 질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기본 정보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로, 스페인 인기 시리즈 《종이의 집》을 한국적 배경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김홍선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류용재·김환채·최성준이 각본에 참여했습니다. 주요 출연진으로는 유지태, 김윤진, 박해수, 전종서, 이원종, 김지훈, 장윤주, 이현우, 이주빈 등이 출연했습니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공식 제작 정보에서도 이 같은 제작진과 주요 배우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품은 2022년 6월 24일 파트 1, 12월 9일 파트 2가 공개되면서 전체 이야기가 완성됐습니다. 파트 1은 6편, 파트 2까지 합쳐 총 12편으로 구성됩니다.
배경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입니다.
남한과 북한이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공동경제구역, 그리고 그 안에 세워진 조폐국.
이 설정이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차별점입니다.
원작이 스페인의 조폐국을 배경으로 했다면 한국판은 그 공간에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적인 역사와 통일이라는 가상의 미래를 덧입혔습니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의 가명도 도시 이름으로 유지됩니다.
교수는 유지태가 맡았고, 강도단의 중심에는 베를린 역의 박해수, 도쿄 역의 전종서, 모스크바 역의 이원종, 덴버 역의 김지훈, 나이로비 역의 장윤주, 리우 역의 이현우 등이 자리합니다. 경찰 측에서는 김윤진이 위기협상팀장 선우진을, 김성오가 차무혁을 맡아 강도단과 대립합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 재미있는 것은 인물들이 이름 대신 도시 이름을 사용한다는 설정입니다.
베를린, 도쿄, 모스크바, 덴버, 나이로비, 리우.
이름을 지우고 도시 이름을 부르는 순간 이들은 개인이 아니라 하나의 팀이 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각자의 성격과 과거가 드러나면서 결국 가면을 쓴 사람들이 하나씩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이 작품에서 가면은 단순한 소품이 아닙니다.
남북한의 경계처럼 인물과 인물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경계가 존재하고, 강도들은 가면을 통해 자신의 진짜 정체를 숨깁니다.
특히 한국판에서는 원작의 달리 가면 대신 한국적인 의미를 가진 하회탈을 활용했습니다. 넷플릭스 역시 한국판의 핵심 비주얼로 하회탈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가면은 원작을 따라가는 동시에 한국판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장치가 됩니다.
핵심 줄거리 및 기획의도
이야기는 천재적인 전략가 교수가 범죄 전문가들을 모아 통일 한국의 조폐국을 장악하면서 시작됩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조폐국에 있는 돈을 훔치는 것이 아닙니다.
조폐국 안에서 직접 돈을 만들어내고, 인질을 이용해 경찰의 포위망을 견뎌내면서 자신들만의 계획을 완성하려 합니다.
하지만 강도단에게는 경찰이라는 가장 큰 장애물이 있습니다.
그리고 경찰 쪽에는 위기협상팀장 선우진이 있습니다.
선우진은 강도단을 진압해야 하는 경찰이지만, 동시에 사건의 중심에 있는 교수와 직접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서로 정체를 알지 못한 채 대화를 이어가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경찰과 범죄자의 관계를 넘어섭니다.
여기에 차무혁까지 등장하면서 경찰 내부에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충돌합니다.
결국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크게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조폐국 안의 강도와 인질 사이의 전쟁.
그리고 조폐국 밖의 강도단과 경찰 사이의 전쟁.
그런데 전편을 따라가다 보면 세 번째 전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바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전쟁입니다.
강도들이 단순한 악당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강도단을 무조건 악당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들은 범죄자입니다.
총을 들고 조폐국을 점거했고, 사람들을 인질로 잡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묘하게 응원하게 되는 순간이 생깁니다.
왜일까요.
바로 사회가 이들을 어떻게 만들어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남북이 통일을 앞둔 상황에서 경제적 격차가 존재하고, 남과 북의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지만 서로 다른 출발선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은 단순한 강도극에 사회적 의미를 더합니다.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사람도 있고, 자본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더 많은 기회를 가져갑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도단은 자신들이 빼앗는 것이 단순한 돈이 아니라 불공평한 사회에 대한 저항이라는 명분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작품을 보다 보면 강도들이 정의로운 사람인지 범죄자인지 헷갈리는 순간이 생깁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그들의 범죄를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일부러 그 경계를 흐립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논리도 들어보게 만드는 것.
저는 이것이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단순한 액션물과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동경제구역'이라는 제목의 의미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단어는 '종이의 집'보다 오히려 '공동경제구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남한과 북한이 경제적으로 하나가 되는 공간.
서로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한곳에 모이는 공간.
그런데 그 공간 안에서도 빈부격차와 차별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통일이라는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갑자기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설정 때문에 조폐국에서 찍어내는 돈도 단순한 돈이 아닙니다.
돈은 곧 경제적 권력이고, 사회적 위치이며, 때로는 사람의 삶을 결정하는 힘입니다.
그 돈을 국가가 독점하는 공간을 강도들이 장악하고 직접 돈을 찍어낸다는 설정은 상당히 상징적입니다.
결국 작품은 계속해서 묻습니다.
돈은 누구의 것인가.
경제적 질서는 누구를 위해 만들어졌는가.
그리고 통일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정말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는가.
김홍선 감독 역시 한국판을 만들면서 원작의 재미를 살리면서도 한국적인 특성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동시에 원작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이 말이 이 작품의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등장인물 및 인물 관계도 분석
교수|유지태
교수는 이 작품의 모든 사건을 설계하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교수에게 총을 들고 직접 싸우는 이미지가 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그는 사람의 심리를 읽고 상황을 계산합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미리 예상하고, 경찰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까지 계산합니다.
즉 교수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는 총이 아니라 정보와 두뇌입니다.
유지태는 이 인물을 상당히 차분하게 연기합니다.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항상 한발 떨어져 상황을 바라보는 모습이 교수의 캐릭터와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교수 역시 완벽한 사람은 아닙니다.
모든 것을 계획했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이 움직이는 공간에서는 변수가 계속 생깁니다.
강도단 내부의 갈등도 있고, 경찰의 예상하지 못한 대응도 있으며, 무엇보다 선우진과의 관계처럼 계산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도 생깁니다.
그래서 교수라는 인물이 재미있습니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사람이 결국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을 만나게 되는 것.
그것이 교수의 가장 큰 약점이 됩니다.
선우진|김윤진
선우진은 경찰 측의 중심인물입니다.
그녀에게는 강도들을 제압해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할수록 단순히 총을 든 범죄자들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특히 교수와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대화를 시작하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게 됩니다.
선우진에게 교수는 잡아야 하는 범죄자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지금까지 믿어왔던 질서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김윤진은 이 복잡한 위치의 선우진을 비교적 현실적인 톤으로 표현합니다.
무조건 정의로운 경찰로만 그리지 않고, 조직 내부의 압박과 개인적인 감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선우진은 이 작품에서 '경찰'이면서 동시에 강도단을 가장 가까이에서 이해하게 되는 인물입니다.
베를린|박해수
박해수가 연기한 베를린은 강도단 내부에서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가장 위험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베를린은 강도단 내부에서 강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지만, 그의 행동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잔혹함이 존재합니다.
교수가 설계한 계획과 베를린의 방식이 항상 일치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조폐국 내부에서는 경찰과의 싸움만큼이나 강도단 내부의 갈등이 중요합니다.
박해수는 베를린의 차가움과 불안정함을 강하게 표현합니다.
특히 말투와 눈빛만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장면이 많습니다.
이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이 사람이 다음에는 무슨 행동을 할까'라는 긴장감이 생깁니다.
베를린은 단순히 나쁜 사람이 아니라 상처와 분노가 극단적으로 뒤틀린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행동을 조금 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도쿄|전종서
전종서는 이 작품에서 도쿄를 상당히 강렬하게 만들어냈습니다.
도쿄는 처음부터 강도단에 합류한 인물 중에서도 감정적으로 가장 불안정하면서도 동시에 행동력이 강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남으려는 욕망이 강합니다.
전종서 특유의 거침없는 에너지가 도쿄라는 캐릭터와 잘 맞습니다.
도쿄는 단순한 액션 담당이 아닙니다.
강도단 내부에서 사람들의 감정과 관계가 흔들릴 때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입니다.
특히 리우와의 관계를 통해 도쿄의 다른 면도 드러납니다.
총을 들고 있는 순간에는 강해 보이지만, 사랑과 신뢰 앞에서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이중적인 모습 때문에 도쿄가 단순한 '강한 여자 캐릭터'로 끝나지 않는 점이 좋았습니다.
모스크바·덴버·나이로비·리우
강도단의 나머지 인물들도 단순한 조연으로 소비되지 않습니다.
모스크바는 팀 안에서 비교적 인간적인 중심을 잡는 인물입니다.
덴버는 다혈질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아버지 모스크바와의 관계를 통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나이로비는 팀 안에서 실무적인 능력과 강한 존재감을 담당합니다.
리우는 젊고 충동적인 성격 때문에 사건에 감정적으로 휘말리기도 하지만, 그만큼 인간적인 감정이 잘 드러나는 인물입니다.
결국 이들의 관계가 조폐국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을 버티게 합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지만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였고,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한 동료 이상의 관계가 됩니다.
작품 관전 포인트 및 개인적인 총평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한국적인 배경을 원작의 하이스트 구조에 결합했다는 것입니다.
통일을 앞둔 한반도.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
공동경제구역.
조폐국.
이 네 가지가 결합하면서 원작과는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특히 남한과 북한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부딪히는 장면에서는 한국판만의 재미가 분명히 있습니다.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라면 충분히 독특하게 느낄 만한 설정입니다.
실제로 넷플릭스도 한국판을 소개하면서 '통일 한국'이라는 설정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 동시에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합니다.
바로 원작 《종이의 집》의 그림자가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등장인물의 관계와 사건의 흐름이 익숙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교수, 도쿄, 베를린, 모스크바 등 캐릭터의 기본 구조부터 조폐국이라는 공간, 인질극이라는 설정까지 원작의 핵심적인 뼈대를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김홍선 감독 역시 당시 인터뷰에서 원작의 재미와 특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한국판의 특성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종이의 집'이라는 틀을 완전히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굉장히 솔직한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리메이크 작품의 숙제는 결국 두 가지입니다.
원작 팬을 만족시킬 것.
그리고 원작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새로운 작품처럼 보이게 할 것.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첫 번째 목표에는 상당히 충실하지만 두 번째 목표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두 번째 아쉬움은 통일과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소재를 더 깊게 파고들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처음 설정만 보면 정말 엄청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집니다.
통일 이후의 사회.
남북한의 경제 격차.
새로운 계층의 탄생.
기존 기득권과 새로운 자본.
북한 출신 주민들이 겪는 차별.
이런 소재를 조금 더 깊게 다뤘다면 단순한 강도극을 넘어 한국 사회에 대한 훨씬 강한 메시지를 만들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 작품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강도극의 배경과 인물 설정을 설명하는 데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전편을 다 보고 나면 '설정은 정말 좋은데 이 설정을 조금 더 밀어붙였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는 확실히 볼 만합니다.
특히 박해수의 베를린과 전종서의 도쿄는 강렬합니다.
유지태는 교수의 차분함을 유지하면서 작품의 중심을 잡고, 김윤진은 선우진을 통해 경찰 측의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여러 인물이 함께 등장하는 만큼 배우들의 개성이 뚜렷하게 구분됩니다.
강도단 각각의 캐릭터가 분명하기 때문에 인원이 많아도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는 일이 적습니다.
이런 멀티캐스팅의 균형은 작품의 중요한 장점입니다.
넷플릭스 역시 작품을 '멀티캐스팅', '심리 게임', '강도', '긴장감 넘치는' 시리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전편을 보고 나서 남는 가장 큰 질문
저는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다 보고 난 뒤 오히려 강도단의 성공 여부보다 다른 것이 궁금했습니다.
“통일이 되면 정말 모두가 행복해질까?”
작품의 배경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입니다.
그런데 통일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일어나도 사람들의 삶이 곧바로 평등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
부자와 가난한 사람.
권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조폐국 안에 있는 사람과 밖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
작품은 계속해서 사람들을 둘로 나눕니다.
그리고 그 경계는 생각보다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강도단이 하회탈을 쓰고 등장하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상징적으로 느껴집니다.
얼굴을 가리면 개인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하나의 집단이 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가면 뒤에 숨어 있던 각자의 사연과 욕망이 드러납니다.
결국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반대로 경찰과 정치권력처럼 가면을 쓰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을 숨기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선과 악의 경계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전편 총평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이 작품은 아주 잘 만든 리메이크라고 평가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원작의 힘이 너무 강하기 때문입니다.
원작을 이미 본 시청자라면 이야기의 큰 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충격이나 신선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원작을 보지 않았다면 상당히 재미있는 한국형 범죄 스릴러로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파트 1과 파트 2를 한 번에 몰아서 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파트 1에서 사건의 구조를 만들고 파트 2에서 갈등을 정리하는 구조라서 한 번에 보면 흐름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조합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유지태의 교수는 냉정한 전략가의 느낌을 만들고, 박해수의 베를린은 작품의 긴장감을 담당하며, 전종서의 도쿄는 가장 거칠고 생생한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김윤진의 선우진은 강도단을 단순히 제압하는 경찰이 아니라 그들의 논리를 이해하게 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작품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결국 이 드라마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리메이크'라고 생각합니다.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기만 한 작품도 아니고,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그 사이에서 한국이라는 공간을 덧입혔습니다.
그래서 장점도 분명하고 한계도 분명합니다.
하지만 통일이라는 소재와 조폐국이라는 공간을 결합한 설정은 여전히 흥미롭습니다.
특히 돈과 권력, 계급, 남북의 경제적 격차를 강도극이라는 장르 안에서 보여주려 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을 조금 더 과감하게 밀어붙였다면 지금보다 훨씬 오래 기억되는 작품이 됐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마지막까지 보고 나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결국 돈을 훔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누가 돈을 만들고, 누가 돈을 가지고, 누가 그 돈 때문에 선택권을 잃는가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깝습니다.
조폐국이라는 공간은 그래서 의미가 있습니다.
돈을 만들어내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사회의 질서를 상징하는 장소입니다.
그곳을 강도들이 점거한다는 것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강도와 인질, 경찰과 정치권력, 남한과 북한이라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충돌합니다.
그래서 전편을 보고 나면 단순히
'강도들이 잡힐까?'
라는 질문만 남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들이 왜 이런 일을 벌이게 되었을까?'
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저는 그게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가진 가장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원작의 그림자가 크고, 한국판만의 이야기를 더 깊게 만들지 못한 아쉬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통일이라는 거대한 가상의 상황 속에 강도극을 집어넣고, 돈과 계급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끌어낸 시도 자체는 꽤 흥미로웠습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와 조폐국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심리전 덕분에 전편을 몰아보면 상당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아직 원작을 보지 않았다면 한국판을 먼저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반대로 원작을 이미 봤다면 “한국이라면 이 이야기가 어떻게 달라질까?”라는 관점으로 보는 것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결국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완벽한 한국판 《종이의 집》이라기보다,
원작의 거대한 틀 위에 남북한이라는 한국적인 질문을 얹어본 작품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 같습니다.
화려한 강도극을 기대하고 시작했다가 통일과 계급에 대한 질문을 만나게 되는 드라마.
그리고 그 질문 때문에 마지막 회를 보고 난 뒤에도 한동안 생각하게 되는 작품.
저에게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그런 드라마였습니다.
한줄평을 남긴다면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돈을 훔치는 강도들의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끝까지 보고 나면 결국 누가 이 사회의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묻게 만드는 한국형 하이스트 드라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