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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묵직한 이기심, 그리고 그 균열을 메우는 눈물겨운 포용의 서사."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방영되며 최고 시청률 48.3%라는 압도적인 기록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KBS2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은 문영남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사회적 포착과 극적인 통속성이 가장 완벽하게 만난 작품입니다. 3포 세대, 처월드, 캥거루족, 갑을관계, 명퇴 등 당대 한국 사회의 지극히 현실적이고도 팍팍한 문제들을 가족이라는 최소 단위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여 안방극장에 거대한 화두를 던졌습니다. '막장 드라마'라는 일각의 비판 속에서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이유는, 인물들이 가진 가식 없는 욕망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가슴 묵직한 페이소스 때문이었습니다.
줄거리 및 서사 구조
《왕가네 식구들》의 플롯은 평생을 교육자에 몸담으며 고지식하지만 정직하게 살아온 가장 왕봉(장용 분)과 어머니 이앙금(김해숙 분) 집안을 중심으로 3대에 걸친 다채로운 인물 군상이 얽히고설키며 자아내는 파란만장한 사건들의 연속으로 전개됩니다. 대가족을 흔드는 첫 번째 거대한 균열은 바로 첫째 딸 왕수박(오현경 분)과 둘째 딸 왕호박(이태란 분)을 향한 어머니 이앙금의 노골적인 편애와 차별이었습니다. 잘나가는 사업가 남편을 둔 첫째 수박만을 오냐오냐하며 우대하고, 가난한 집안으로 시집간 둘째 호박을 구박하는 어머니의 몰상식한 태도는 두 자매 사이의 깊은 감정적 골을 만듭니다.
서사의 본격적인 속도감은 첫째 사위 고민중(조성하 분)의 사업 부도와 둘째 사위 허세달(오만석 분)의 철없는 불륜, 그리고 황골품으로 전락한 가장의 권위 추락이 맞물리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맘에 안 들던 가난한 사위가 갑자기 잘나가고, 잘나가던 부자 사위가 하루아침에 택배 기사로 전락하며 처가살이를 하게 되는 역전 구조는 매회 숨 가쁜 인과응보와 갈등을 유발합니다. 문영남 작가 특유의 스피디한 사건 전개와 예측 불허의 갈등 폭발은 시청자들에게 쉴 틈 없는 몰입감을 안겨줍니다.
이야기의 후반부는 단순한 처월드와 부부 갈등의 차원을 넘어,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가는 주인공들의 성장과 진정한 가족애의 회복으로 나아갑니다. 집안의 기둥이었던 집을 날려버리고 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처하면서 비로소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게 되는 왕가네 식구들의 모습은 극적 카타르시스를 정점으로 이끌어냅니다. 겉으로는 속물적이고 지독해 보이지만, 위기 앞에서 결국 서로의 손을 잡게 되는 사건의 연결고리는 통속극이 보여줄 수 있는 대중적 재미와 서사적 완성도를 입증합니다.
주요인물설명 및 관계
이 작품이 거둔 독보적 화제성의 중심에는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시청자들의 분통과 공감을 동시에 이끌어낸 입체적인 인물들과 그들의 촘촘한 관계성에 있습니다.
왕수박 (오현경 분) & 고민중 (조성하 분): "나 미스코리아 나왔던 여자야"라는 입버릇처럼 허영심과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왕가네의 장녀 수박은 남편의 부도 후에도 사치를 일삼다 결국 불륜과 사기까지 당해 집안을 풍비박산 냅니다. 그러나 밑바닥까지 추락한 후 비로소 자신의 오만함을 반성하고 스스로 일어서는 대단한 서사적 변화를 보여줍니다. 고민중은 처가살이의 설움과 아내의 배신을 견뎌내며 묵묵히 가장의 책임감을 다해 전국적인 응원을 받았습니다.
왕호박 (이태란 분) & 허세달 (오만석 분): 어머니의 차별 속에서 알뜰살뜰 돈을 모으며 가정을 지키려 애쓰는 둘째 딸 호박과, 백수로 지내다 재벌가 여사장과 바람이 나서 아내를 버리려 하는 철부지 남편 세달의 관계는 극 전체에서 가장 격정적인 감정선을 형성합니다. "미쳐버리겠네"를 입에 달고 사는 세달의 몰상식한 행보와 호박의 눈물겨운 시련 및 독립 서사는 안방극장의 시청률을 견인한 일등 공신이었습니다.
왕광박 (이윤지 분) & 최상남 (한주완 분): 안정적인 교직을 내려놓고 작가의 길을 택한 셋째 딸 광박과 중졸/고졸 출신의 포크레인 기사이자 알짜배기 부자인 상남의 로맨스는 학벌과 스펙 위주의 사회적 편견에 질문을 던집니다. 두 사람이 시댁과 처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을 완성해 가는 과정은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드라마의 분위기를 상큼하게 환기해 줍니다.
이앙금 (김해숙 분) & 왕봉 (장용 분): 자식들을 차별하고 오로지 물질적 가치로 사위들을 대하며 온갖 갈등을 유발하는 어머니 앙금과, 가문의 중심을 잡으려 애쓰지만 퇴직 후 가장으로서의 입지를 잃고 고뇌하는 아버지 왕봉. 김해숙의 실감 나는 속물 어머니 연기와 장용의 묵직한 이 시대 아버지의 모습은 극의 정서적 중심축을 완벽하게 지탱합니다.
총평
《왕가네 식구들》은 2010년대 대한민국 가족 드라마의 지형도에서 가장 자극적이면서도 강력한 대중적 호응을 끌어낸 작품으로 기록됩니다.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 '가족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가장 현실적이고도 적나라한 방식으로 파헤쳤기 때문입니다. 시월드가 아닌 '처월드'라는 시대적 현상을 전면에 내세워 가부장제의 변화와 가족 내 자본주의적 편애라는 씁쓸한 단면을 직설적으로 짚어냈습니다.
물론 작품을 향한 비판적 시선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자식에 대한 과도한 차별, 황당할 정도로 극단적인 불륜과 인물들의 안하무인격 행태, 그리고 갈등 해소를 위해 후반부에 급격히 전개되는 당위성 부족한 화해 과정과 '30년 후'라는 파격적인 결말 연출 등은 '막장 전개'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남긴 문화적 여운과 울림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결국 외롭게 소외당하는 아버지의 뒷모습과, 각자의 이기심으로 상처를 주고받으면서도 끝내 서로를 보듬어 안는 가족의 본능적인 온기는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페이소스와 가슴 찡한 위로를 전했습니다. 자극적인 양념 속에 숨겨진 뼈아픈 사회적 현실과 휴머니즘은, 왜 이 작품이 전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국민 드라마였는지를 명확하게 증명해 줍니다.
현실판 가족 드라마 웃고 우는 그런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강추합니다 시간순삭!!
